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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세의 오답노트/삼국지

진인사대천명, 지성이면 감천이다

by ボス 2021. 2. 28.

진인사대천명, 지닌 자의 변명?

진인사대천명은 삼국지연의에서 제갈량이 했던 말입니다. 좋은 결과를 바라지만 바로 확인하지 못할 때, 한 번쯤 마음에 새기면 좋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항상 결과를 서두르는데, 진인사대천명은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라고 합니다.

 

 

이미 나라의 기운이 기울고 있음을 알고 있었을 텐데, 제갈량과 같은 시대를 뛰어넘은 천재조차, 그 운명을 사람의 힘으로 바꿔보고자 죽는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습니다.
누구보다도 하늘의 뜻을 간절히 기다렸을 그 끈기 있는 노력이, 제갈량이라는 인물의 가장 큰 매력이자 능력이고, 또한 많은 일을 이뤄낼 수 있었던 근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주변에서 만나기는 어렵지만, SNS 속 수많은 사람들은 나의 꿈을 이뤘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단면을 보고 마냥 부러워하면서 질투하고, 결국 무기력해져버리고 마는 것이 SNS의 폐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은 잠시 재쳐두고, 일상을 충실하게 채워보면 어떨까요?

 

 

 

뜻과 유래, 수인사 대천명

진인사대천명의 유래는 삼국지의 하이라이트, 적벽대전에서 나오는 에피소드 중 하나입니다.
천하통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조조는 단숨에 군사를 일으키지만, 유비와 손권의 연합군에 처참하게 패하게 되고, 패잔병과 함께 도망가는 신세가 돼버리고 맙니다.

 

제갈량은 이미 조조가 도망갈 길을 예상하여, 각각의 장소에 적합한 인물들을 파견하고 유인하도록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그 명단에 관우는 없었고, 관우는 불만을 표시합니다.
제갈량은 관우가 조조를 사로잡고 큰 공을 세울 수 있는 사람으로 가장 적합한 것은 맞지만, 전에 조조에게 은혜를 입었던 적이 있기 때문에, 마주치게 되면 놓아줄 거라 생각해서 그런 것이니 이해해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관우는 강력하게 "그럴 리 없다."라고 항의하고, 제갈량은 "그럼 놓아준다면, 군법에 따라 처벌받겠다는 각서를 쓰시오!"라고 합니다.
관우는 "그렇다면 조조가 화용도로 오지 않는다면 어찌하겠소?"라고 묻고, 제갈량은 "그럼 내가 군법에 따라 처벌을 받겠소."라고 대답합니다.
서로 자존심을 굽히지 않고, 결국 자신들의 목숨을 담보로 각서를 썼고, '화용도'로 마무리를 지으러 갈 사람은 관우로 정해졌습니다. 관우는 만족하고 떠났고, 기다리고 있자 정말 조조가 화용도로 왔습니다.

 

 

조조는 제갈량의 계책에 연달아 죽을 고비를 넘겼기 때문에 관우를 보고 기겁을 했고, 더 이상 살아날 길이 없다고 생각하여 포기하려 했습니다.
그때, 옆에 있던 책사가 은혜를 베풀었던 일로 마음을 흔들라고 말하는 의견에 따르도록 합니다. 하지만 관우는 흔들리지 않고, 안량과 문추를 베어 충분히 빚을 갚았다고 대답합니다.


이에 조조가 다시 말하길,

"그대가 유비에게 돌아갈 때, 나의 장수들을 베고 간 것을 잊었소?"라고 말하고, 주변 병사들도 처참한 꼴로 울먹이며 동정심을 유발합니다. 결국 관우는 조조를 그냥 놓아주게 됩니다.

일이 이렇게 될 것이라는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던 유비는 관우가 떠나자 걱정스럽게 말했습니다.
"관우는 의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 아마도 전에 있었던 은혜 때문에, 만약 조조가 정말 화용도로 가더라도 그냥 보내줄 것 같은데, 어찌하면 좋겠소?"

제갈량은 이에 유비를 달래주며 대답합니다.

"밤에 살펴본 천문에서 조조는 아직 죽을 운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관우에게 있어서 은혜를 갚을 기회를 준 것입니다."

 

修:닦을 수 人:사람 인 事:일 사
待:기다릴 대 天:하늘 천 命:명령할 명

 

盡:다할 진 人:사람 인 事:일 사
待:기다릴 대 天:하늘 천 命:명령할 명

 

수인사 대천명. 제갈량의 입장에서는 조조를 잡을 모든 수단을 닦아두었지만, 하늘의 뜻은 그것과 다르니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뜻이었습니다. 이것에 유래가 되어 진인사대천명이 되었다고 합니다.
진인사대천명과 수인사 대천명은 능동인지 수동인지에 따라서 나뉜다고도 하는데, 그 기준도 애매하고 뜻의 차이는 없기 때문에, 그냥 유래가 그렇다는 것만 알고 있어도 될 것 같습니다.

 

같은 의미지만 뉘앙스가 다르게 느껴지는 말도 있습니다.
<모사재인 성사재천>으로,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지만 그것을 이루는 것은 하늘이다.'라는 뜻을 가졌습니다.
이것도 제갈량에게서 나온 말인데, 흔히 제갈량의 라이벌로 비교되는 사마의. 그 사마의와의 전투 중 '호로곡 전투'에서 유래가 되었습니다.

 

제갈량과 사마의의 치열한 공방전이 있던 중, 제갈량은 결국 사마의를 호로곡으로 유인하는 것에 성공하고, 불을 질러 전멸시키기 직전이었습니다.
근데 갑자기 하늘에서 비가 내려 사마의가 극적으로 살아나는 계기가 되었어요. 이에 제갈량은 하늘을 우러러 탄식했는데, "일을 꾀하는 것은 사람에게 달렸으나, 성공시키는 건 결국 하늘에 달렸구나."

 

謨:꾀 모 事:일 사 在:있을 재 人:사람 인
成:이룰 성 事:일 사 在:있을 재 天:하늘 천

 

 

간절한 기다림, 지성이면 감천이다.

진인사대천명처럼, 여유롭게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모사재인 성사재천처럼, 하늘이 돕지 않으면 실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화용도와 호로곡의 두 가지 일화는 겸손하게 묵묵히 노력할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작은 것 하나부터 선택해야 하고, 그 선택에 희망을 품습니다.
그것이 간절할수록, 잘 안되었을 때 더 좌절하게 됩니다.
하지만 보통 제대로 노력도 해보기 전에, 나름 열심히 했다고 위로하면서,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라고 적당히 마무리 지어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결과에 만족을 못합니다.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는데 결과가 안 나온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자세히 지켜보면, 보통 별다른 준비도 하지 않고 생각만 하던 것에 질려서, 적당히 어떻게든 될 거라는 마음으로 치워두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정말로 노력을 했는가는 본인이 가장 잘 알겠지만, "상상할 수 없는 꿈을 꾸고 있다면, 상상할 수 없는 노력을 해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이 잘되기를 바라고, 성공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 것을 원하고, 그것을 꿈꾸며 살고 있습니다.

꿈을 얻기 위해 노력의 유무는 따질 것이 아닙니다.
꿈을 이루는 것은, 노력의 크기를 따질 곳입니다.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죠. 인생의 7할은 운, 3할은 재주라고 하는데, 노력한 것은 반드시 보답받고 싶어 하고, 노력하지 않은 곳에서도 보답받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력을 하든말든 결과는 정해져 있다면, 차라리 마음 편하게 있고 싶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스스로 3할만 하면, 하늘에서 7할을 대신해준다고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단장 브랜치 리키는 '운은 계획에서 비롯된다.'라고 했습니다.
할 일을 다한 준비된 자가 기다림 끝에 얻는 것은 하늘이 내려준 기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 우공이산

  • 지성이면 감천이다.

  •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 뿌린 대로 거둔다.

  • 썩어 없어지지 말고, 닳아서 사라져라.

  • 반복에 지치지 않는 자가 성취한다.

  • 기회의 여신의 앞머리를 잡아라.

등등 나열하려면 끝이 없는 여러 가지 변형된 말들이 있지만, 결국 이 말들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의 충실함 속에 위대함이 깃든다.

 

하늘도 도와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무엇보다도... 초라하게 변명하고 탓만 하다가 끝내기에는 너무 아까운, 나의 시간이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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