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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세의 오답노트/삼국지

읍참마속은 제갈량과 마속, 누구의 잘못일까

by ボス 2021. 3. 1.

마속은 왜 그랬을까

삼국지 팬이라면 각자 선호하는 세력이나 인물들이 있겠지만, 가장 불가사의하게 여기는 일은 모두 같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직도 풀리지 않아, '왜 그랬을까' 하는 논쟁이 가장 많이 나오는 가정 전투에서의 마속 미스터리.

 

 

역시 마속의 이해 안 가는 전술은 설명할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굳이 생각을 해보자면, 고지대 점령의 정석과 감정을 이용한 응용을 섞어보려는 시도였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
제갈량과 밤새 전술을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정석에 대해서는 폭넓게 알고 있었고, 그것을 장합의 감정을 건드려서 적절히 섞은 응용 버전으로 실천해보려던 건 아니었을까 싶네요.

 

이렇게 했어야 한다 저렇게 했어야 한다 나중에 결과를 보고 말하는 건 쉽지만, 그 순간 선택할 때는 아무도 모르죠.
결국 수를 정말 코앞까지밖에 읽지 못한 건지, 아니면 너무 멀리까지 읽은 건지, 마속은 신의 한 수라고 생각했을 전략이 돌이킬 수 없는 악수가 돼버리고 말았지만요.


승률이 높은 정석은 성공이 그만큼 당연하다 여겨지고, 도박과 같은 선택은 실패가 당연하다고 여겨집니다. 그래서 정석으로만 승부를 보는 사람보다는, 남들이 선택하지 않은 길을 걸어 성공한 사람이 더 찬양받는 건 어느 때나 똑같을 것 같아요. 

열등감으로 인한 피해의식이 허세로 발전하는 경우도 적지 않으니, '백미' 마량의 동생이라면... 또한 마속이 제갈량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을 수 있죠. 무언가 제대로 보여주지 않으면, 인정받지 못할 거라 느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근데 누구도 생각 못한 발상의 전환이란 것은 과정이 아니라 결과에 따라 변하는 말이기 때문에, 사실은 누구도 실행을 안 했을 뿐인 버림받은 선택지일 수도 있거든요.
제갈량과 충분히 대화를 나눴을 거고, 그래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 당시에는 공을 세우는 두근거림으로 그것을 외면했을 것 같아
 아쉽습니다.

 

성공했다면 삼국의 형세가 바뀌었을 수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제갈량이 아꼈던 재능을 이후에 마음껏 펼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크네요.

결국 결과가 이렇게 돼버리니 유비의 유언에 힘이 더 실리는 것 같습니다.

 

 

제갈량은 왜 마속이었을까

본인도 고심했을 큰 그림은 걸작이 되길 원했겠죠. 고생했던 시간을 떠올리면 냉정하게 판단하려고도 했었을 거 같고요.

 

제갈량은 리더로서 폭넓게 고려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려는 노력은 있었겠지만, 임무의 난이도만 볼 것이 아니라 수행능력을 더 고려해야 했을까요. 물론 인재 발굴에 대해서 주변에서는 욕만 하다가도, 결국엔 엄청난 재능을 찾아냈다며 말 바뀌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죠.

 

하지만 제갈량이 객관적인 시선을 벗어나 <마속은 앉아서 공부만 잘하는 게 아니라 실무를 맡겨도 충분히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큰 잘못이고, 아직은 탁상공론에만 강한 마속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이라는 것은 밤낮으로 대화를 하며 어느 정도는 알게 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유비의 유언 또한 조금이라도 가볍게 생각하지 말아야 했습니다.

근데 생각해보면, 어쩌면 제갈량은 본인도 절실한 만큼 그리고 아들과 같은 마속이 자신만만하게 말했을 만큼, 정말 그냥 믿고 싶은 것뿐이었을지도...

 

물론 제갈량에게는 그럴 수밖에 없는 부분도 분명히 있어서, 그 당시 주변의 말처럼 위연이나 오의 같은 인물을 배치할 수 없는 부분도 분명히 있었어요.
제갈량이 마속을 옆에 끼고 전투를 지켜볼 수도 없었던 것이, 원정을 나간 이상 전쟁이 길어질수록 승률은 떨어지고, 가장 큰 이점은 기습에 있었으며, 조운이 언제까지고 미끼 부대로 버텨줄 수가 없었겠죠.
임기응변이 조금은 덜한 임무는 실질적인 지형의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해도 신생아에게 맡길 수 있는 임무였겠지만, 무엇보다 촉나라에 인재가 많이 부족했던 게 많이 아쉽습니다.

 

가정이 무너지자 별다른 저항도 못하고 빠르게 진행된 퇴각에 대해서, 제갈량의 능력을 평가하기는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기습의 이점은 잃어가고, 기병에 특화된 위나라의 병사를 상대로 병종의 불리함을 안고, 지리적 유리함도 없이 남의 땅에서 보급도 힘든 상황에, 점점 부족해져 가는 병사를 데리고 장기전으로 끌고 가는 건, 누가 봐도 틀린 선택이겠죠.

 

제갈량은 당연히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패전 후 돌아오자마자 자신의 계급을 셀프로 3단계 강등시킨 것에서, 본인도 그것을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속은 정말 억울하기만 할까

이런 기록이 있어요.

상랑은 평소 마속과 사이가 좋았다. 마속이 도망칠 때 상랑은 그 상황을 알았지만, 검거하지 않았다. <상랑전>

이게 문자 그대로 진실이라면, 마속에 대한 처형이 심했다는 근거로 '북벌은 성공할 수 없던 전략이었다', 혹은 '가정을 지켰어도 달라질 건 없었다'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마속의 처형은 고대사회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인권이 높아지고 관대해진 현대사회에서조차 피할 수 없습니다. 현재 한국의 군형법을 적용시켜도 마속의 행동은 사형으로 처리할 수 있는 조항이 있지만, 이것은 예외없이 즉각 사형이니까요.

 

습착치는 과했다는 평을 했지만, 제갈량으로서는 최선이었을 것 같아요.
말도 안 되는 공포 정치를 하면 두려움을 사게 돼서 반란의 계기를 만들어주겠지만, 반대로 아끼는 사람을 벌주지 않는 것은 사소한 일이더라도 불만이 생겨 반란의 계기를 만들어버리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더 엄하게 처벌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촉나라의 법은 엄청나게 말랑했기 때문에 제갈량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은,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했다는 분노보다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겠다는 측은함이 드네요.

 

또는 당시 촉나라는 여러 지방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었기 때문에 정치적 처형이라고도 합니다.

촉나라는 지금의 미국처럼 다민족 국가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에, 여러 지방에서 모인 사람들은 각기 다른 문화에서 만들어진 관습 및 사상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겠죠. 서로 다른 특징이 있는 만큼 그것이 좋은 변화를 가지고 올 수 있다는 강점이 있지만, 서로 간의 갈등이 생기기 쉽고 어울리기가 힘듭니다.

 

미국이 현재 사소한 일 하나라도 법적으로 해결하려고 할 정도로, 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통합된 하나의 기준점이 필요해서겠죠.
우수한 인재들을 차별 없이 받아들여서 각기 다른 민족들이 한 곳에서 살기 위해서는, 변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촉나라 그 자체였던 제갈량이 '마속의 목을 베어 사죄했다'는 것은, 본인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많은 피해를 입혔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겠지만, 유비가 자신을 위해 해준 유언도 듣지 않았고, 형제처럼 지냈던 마량의 동생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사죄의 의미도, 어느 정도는 들어있지 않았을까요.

 

충성을 다하고 보탬이 된 자는 비록 원수라도 반드시 상주고, 법을 어기고 태만한 자는 비록 친한 자라도 반드시 벌주었다.
죄를 인정하고 실토한 자는 비록 중죄라도 반드시 풀어주고, 헛된 말로 교묘히 꾸미는 자는 비록 가벼운 죄라도 반드시 죽였다.
모든 일에 노력하여 그 근본을 다스리고, 실질과 명분이 부합했으며, 헛된 것은 입에 담지도 않았다.

마침내 나라 안 모든 이가 그를 두려워하면서도 경애하며, 비록 정치와 형벌이 매우 엄격했지만 원망하는 자가 없었으니, 이는 그 마음 씀이 공평하며 권하고 경계하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제갈량전>

 

읍참마속의 가정 전투, 제갈량과 마속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읍참마속, 제갈공명의 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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