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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세의 오답노트/삼국지

삼국지 촉나라 마지막 황제 유선은 바보가 아니었을까.

by ボス 2021. 3. 7.

촉나라의 마지막 황제 유선.

유선은 장판파에서 조자룡에게 구출되었을 때 유비가 내던지는 바람에 머리를 다쳐서 바보가 되었다는 말이 진짜인 것처럼 느껴질 만큼, 어디 고장 난 것처럼 행동한 모습들이 보입니다.

 

유선은 촉나라 초대 황제이자 삼국지연의에서 주인공으로 선택받은 유비의 아들이며, 그의 아명인 아두는 태몽이 북두칠성과 관련되었다는 것과 무관하게, 중국에서는 바보라는 의미로 굳어지며, 망국의 황제이자 시대의 암군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유선이 얼마나 무능한 사람이었는지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가 사람으로서 무능한 사람이었던 건지, 아니면 황제로서 무능하다고 하는 것인지는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 암군이라는 평가를 현대에 이르러서는 뒤집으려는 시도들이 많이 보입니다. 실제로는 현명한 군주였다고 하면서 말이죠.

 

한 가지 사실도 각도를 달리하여 바라보면, 여러 가지 견해가 생기게 마련이죠. 유선은 한 마디로 현군이었고, 유선을 암군으로 평가하는 건 이해가 결여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유선은 현군이었다?

유선이 바보 취급받는 가장 큰 이유인 낙불사촉의 일화. 

사마소가 유선과 술자리를 가졌는데 유선을 위해 옛 촉나라의 노래와 춤을 들려줬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슬퍼했으나 유선은 기뻐하고 웃으며 태연자약했다.
사마소가 가충에게 말했다.
"사람이 무정하니 가히 이 지경에 이른 것이오. 비록 제갈량이 살아 있었다고 해도 오래가지 못했을 텐데, 하물며 강유라곤 방법이 있겠소?"

다음날 사마소가 유선에게 물었다.
"촉이 생각나지 않으시오?"

유선이 대답했다.
"여기가 즐거워 촉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한진 춘추>

유선의 이 모습은 유비가 조조와 술을 마시며 용의 이야기를 했을 때, 천둥이 치자 깜짝 놀란 흉내를 내어 위기를 모면했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당시 아무것도 가진 게 없지만 능력과 야심을 숨기고 있었던 유비.

항복했지만 일국의 황제로서 복종할 마음이 없다는 것을 내비쳐서는 안 되는 유선.

확실히 상황 자체는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유비의 그 행위가 후대에 와서 엄청난 임기응변으로 평가받는 것이 과연 그 행위 하나 때문일까요.

행위 자체는 조조도 속아 넘어갈 정도로 겁쟁이의 행동이었지만, 그 행동은 단지 그 자리에서 속여 넘기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것을 유비는 그 후에 계속 보여줬죠. 상황을 모면한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후의 일생을 지켜봤더니 끈질기게 노력하는 모습에서 영웅다운 면모를 보였기 때문에 나온 평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상황 자체는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어도,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마음가짐과 '유'에서 '무'로 바꿔버린 마음가짐의 차이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낙불사촉의 일화를 들어 바보 같다고 하는 것은 옳지 못한 분석이고, 당시 촉나라는 너무 피폐해져 있었으며, 이기지도 못할 싸움 때문에 백성들을 '개죽음'으로 몰아가는 것보다는 유선의 입장에서 당장 백성들의 피해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빠르게 항복하는 것이 총명하고 사리에 밝다는 것.

 

논리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역발상적인 사고방식을 펼치려는 이유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갑니다. 그 주장에 대해 비판이 나오던 호평이 나오던, 결국 관심을 받아 사람을 끌어모으는 것 자체는 이득이 되기 때문이겠죠. '어그로'라는 건 결국 감정적이던 물질적이던 본인의 이익과 연결되는 것이니까요.

 

이 말을 현대 사회에 끼워 맞추면, 세계에서도 유래 없는 '금 모으기 운동'까지 하며, 국가를 살리기 위해 국민들이 노력한 것은 사실 부질없는 짓이었고, 이때 점쟁이의 말을 들어 이웃나라에 국권을 넘겨야 했다는 말과 다른 부분이 무엇일까요?

대통령이 자기 자리에서 권력을 휘두르지는 않았지만 놀고먹고 즐기다가, 국가가 힘들어졌을 때 고생하는 국민들이 보기 안타까워 나라를 넘겨버리면, 결국 국민을 위한 판단을 한 것이기 때문에 매국노가 아니라 애국자이며 현명한 선택을 한 판단이었다는 말과 같은 말로 보이네요.

 

 

유선은 이때 나라를 구하러 각지에서 달려오는 군대들도 무시한 채 항복을 했습니다. 유선이 실제로 어떤 마음을 가지고 판단했는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촉의 다른 사람들은 자신들의 조국의 멸망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슬퍼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도 그다지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할 것 같은 망국의 백성들이, 과연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행복하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유선이 등애에게 항복을 청하니 등애는 전진하여 성도를 점거하였다. 얼마 뒤 창과 갑옷을 내려놓으라는 유선의 칙령을 받자 병사들이 모두 분노하여 칼을 뽑아 돌을 베었다. <강유전>

유선의 다섯째 아들인 유심이 망국에 비통해하며 먼저 처자식을 죽인 후 자살했다. <유선전>

촉이 멸망했을 때, 위는 촉의 궁녀들을 장수들 가운데 부인이 없는 자들에게 주었는데, 이때 이소의는 "나는 굴욕을 두 번 세 번 받을 수 없다."라고 하고 자살했다. <한진 춘추>

 

 

유선은 바보가 아니다?

유선은 국가를 온존 해야 하는 군주로서는 무능했고, 인간으로서는 주변의 마음을 배신하고 자신만의 목숨을 위해 이기적이며 책임감이 부족한 인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갈량의 눈물과 강유의 충심을 이렇게 무시할 수 있을까요.

이제 멀리 떠나는 자리에서 표문을 올림에, 눈물이 앞을 가려 무슨 말씀을 아뢰어야 할지 모르겠나이다. - 국가를 위해 죽을 때까지 노력했던 제갈량.

"바라건대 폐하께서 며칠 동안만 더 치욕스러운 일을 참아내십시오. 신이 위태로워진 사직을 다시 안정시키고 어두워진 해와 달을 다시 밝히겠습니다." - 국가를 위해 죽을 때까지 한 몸불태웠던 강유.

유선은 바보가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바보가 아닌 사람이 주변 사람들을 얼마나 비참하게 만들고, 한 나라를 얼마나 간단하게 멸망시킬 수 있는지 보여준 인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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