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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세의 오답노트/삼국지

삼고초려, 유비의 진심이 누워있던 제갈량을 일으키다.

by ボス 2021. 3. 11.

제갈량을 얻은 유비, 진심은 통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절대 나올 수 없을 제갈량과 유비의 관계가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중국에서의 존경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항상 지혜의 화신으로 불리는 제갈량을 영입하기 위해 유비가 했던 행동으로, 유비는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으며 포기하지 않고 제갈량을 만나기 위해 찾아가, 드디어 통한 유비의 진심으로 제갈량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그래서 '초가집에 세 번 찾아갔다'는 의미의 '삼고초려'가 '인재를 맞아들이기 위하여 참을성 있게 노력한다'는 의미가 되었죠.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었을까요?

 

三: 석 삼

顧: 돌아볼 고

草: 풀 초

廬: 오두막 려

 

: 유능한 인재를 맞아들이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삼고초려의 유래, 누워있던 용이 일어난 이유.

수많은 매력적인 영웅들을 그린 이야기, 삼국지.

난세답게 치열한 전투로, 점점 뒤처지며 사라져 간 인물들이 있었고, 그중 더욱 뛰어난 영웅만이 살아남았습니다. 

 

삼국지연의의 주인공으로 선택받은 유비는 처음에 기댈 곳 없이 떠도는 신세였습니다. 결국에는 위나라의 조조, 오나라의 손권, 촉나라의 유비로 나뉘어 삼국으로 대립하게 되었지만, 조조가 그 당시 가장 강한 세력을 몰아내고 자리를 잡고, 손권이 아버지와 형이 다져놓은 자리를 물려받았을 때, 유비는 계속 도망 다니는 신세였고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죠.

 

화장실에서 살이 찐 자신의 허벅지를 보고 울 정도로, 가슴에 천하통일의 야망을 품고 그 꿈을 하루빨리 이루고 싶은 마음뿐이었던 유비는, 당시에 당해낼 자가 없는 관우와 장비처럼 난세가 인정한 최고의 인물들을 데리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천하통일을 시작할 수 있는 자그마한 근거지도 없이 매일 패배하고 도망가는 생활만 하는 것이, 그 당시 유비가 유일하게 하고 있는 일이었으며 가장 큰 고민거리이자 원인을 알 수 없는 일이었죠.

 

 

답을 모른 채 헤매고 있는 유비에게 첫 번째 운명적인 만남이 일어나게 됩니다. 수경선생으로 불리는 사마휘라는 사람과의 만남이었어요. 유비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사마휘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답을 구합니다.

"와룡과 봉추, 두 사람 중 한 사람만 얻어도 천하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오."

그들이 누군지 묻는 유비에게 사마휘는 제갈량과 방통이라 알려주었습니다. 이 만남으로 인해, 유비는 제갈량의 존재를 알게 되었죠.

 

 

가슴 두근거리는 만남을 기다리는 유비에게 두 번째 운명적인 만남이 찾아옵니다. 그는 서서라는 인물로, 꼭 있어야 하지만 유비에게는 없는 종류의 능력을 가진 인물이었습니다. 또한 이 만남으로 인해, 유비는 제갈량을 얻게 됩니다.

 

서서가 가진 능력은, 앞장서서 실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방향을 잡아주는 능력이었는데요.

유비는 서서와의 만남 이후, 너무 기초적이지만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장막 안에서 계책을 내어 천 리 밖에서 승리를 거둔다."는 전략가의 중요성을 크게 실감하게 됩니다. 이에 유비는 서서에게 감사하며 서서를 더욱 아끼게 됩니다.

 

 

이후 서서는 한 선비를 추천하는데, 기록은 이렇습니다.

서서가 유비에게 말했다.
"제갈공명은 와룡입니다. 장군께서는 어찌하여 그를 쓰려고 하지 않으십니까?"

유비가 말했다.
"군이 데리고 오시오"

서서가 말했다.
"이 사람은 가서 만나볼 수는 있으나 몸을 굽혀 오게 할 수는 없습니다. 장군께서 마땅히 몸을 낮추시고 방문하셔야 합니다."

마침내 유비가 제갈량을 만나기 위해 나섰고, 세 번 만에 만날 수 있었다. <제갈량전>

 

삼국지연의에서는 이것을 꽤 실감 나게 각색했습니다.

 

유비가 처음 제갈량을 찾아갔던 가을, 제갈량의 집에는 동자 한 명이 지키고 있을 뿐이었고, 동자는 제갈량이 여행을 떠났고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는 말을 합니다.


결국 제갈량을 만나지 못한 유비는 쓸쓸히 되돌아오고 시간이 흘러 겨울, 다시 한번 제갈량을 만나기 위해 나섭니다. 하지만 이때도 제갈량은 없었고, 제갈량을 만나기 위해 찾아온 손님들 밖에 없었죠. 

 

이쯤 되면 포기할 만 하지만 다음 해 봄, 유비는 다시 한번 제갈량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섭니다. 

다행히 집을 지키던 동자로부터 제갈량이 돌아와 있다는 말을 듣게 되는데요. 터질 것 같은 두근거림으로 즉시 만나보려는 유비에게 동자는 "돌아와 계십니다. 돌아와 계시나, 낮잠을 주무시고 계십니다."라고 전하며, 지금 깨워오겠다고 합니다.

 

겨우 잡은 눈앞에 있는 기회를 두고, 유비는 서두르지 않았어요. 

"그럼 일어나실 때까지 기다리겠다. 깨우지 마라."

 

시간이 지나 드디어, 용이 잠에서 깨어납니다. 인기척을 느낀 제갈량이 동자에게 묻자, 동자가 대답합니다.

"유비가 한참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유비는 제갈량을 영입하자마자 무턱대고 최고의 자리에 앉히며 무한한 신뢰를 줬는데, 이건 어느 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파격적인 대우이자 너무 큰 도박이라고 느껴집니다.

 

하지만 결국 제갈량이란 인물은 상황판단, 공정성, 리더십, 충성심 등 필요할 수 있는 모든 걸 완벽하게 갖춘 인재였는데, 유비가 처음부터 그걸 알고 영입했으며 높은 자리에 앉힌 것은 아니었겠죠. 여기에서 또 유비의 사람 보는 눈이 얼마나 탁월한지 알 수가 있네요. 유비 같은 안목만 있다면 대기업 하나 설립해서 운영하는 것도 힘든 일은 아닐 것 같아요.

 

 

 

믿을 수 없지만 실화, 제갈량의 출사표.

삼국지연의에서는 제갈량과 유비의 만남을 정말 그럴듯하게 잘 꾸며냈어요. 실제로는 어떤 식으로 만남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으나, 유비가 세 번 찾아갔던 것 자체는 실화입니다. 이는 제갈량전에서 서서가 제갈량을 추천했던 기록에도 남아있고, 후에 제갈량이 위나라를 정벌할 때 올렸던 출사표에도 기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세 번씩이나 찾아간 유비도 고생은 많이 했겠지만, 제갈량이란 인재를 얻은 것은 유비에게 있어서 "Third Time's a Charm." 삼세번만의 행운, 이처럼 잘 어울리는 말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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