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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세의 오답노트/삼국지

담박명지 영정치원, 제갈량이 아들에게 전해주는 가르침.

by ボス 2021. 3. 6.

제갈량이 아들에게 전해주는 마음가짐.

담박명지 영정치원은 제갈량이 아들에게 쓴 편지 <계자서>에서 나오는 문구로, 제갈량이 무엇을 목표로 노력해왔고 어떻게 위대한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제갈량에게는 47세 무렵에 낳은 늦둥이 외동아들이 있었는데, 제갈량이 자신의 형에게 보낸 편지에서 아들 바보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첨은 올해로 여덟 살인데 총명하고 사랑스럽습니다. 저는 이 아이가 너무 일찍 숙성하여 큰 인물이 되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자신의 형일지라도 사적인 대화는 일절 하지 않았던 제갈량이 이런 말까지 한 것을 보면, 정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스러웠었나 봅니다. 마속의 사례가 있어서인지, 총명하고 일찍 성숙한 아이에 대한 걱정스러운 마음도 느껴지네요.

 

하지만 제갈량은 아들이 태어난 당시부터 국가를 위한 큰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들을 만날 시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랑스러운 아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을 제갈량 답게 짧고 명확하게 써서 보낸 계자서는, 현재까지도 중국의 가정교육에 크게 영향을 미친 글입니다.

 

무릇 군자가 행하는 바는 고요한 마음으로 심신을 수양하고 소박함으로 덕을 길러야 한다.
마음이 담백하지 않으면 뜻이 밝을 수가 없고, 고요하지 않으면 뜻을 멀리 이룰 수가 없다.
학문은 평온한 마음으로 임해야 하며, 배우지 않고서는 많은 재능을 가질 수 없고, 포부가 없이는 학문을 이룰 수 없다.
방종하면 정신을 분발시킬 수 없고 조급하면 심성을 수양할 수가 없다.
세월을 따라 나이를 먹게 되고 의지는 세월과 더불어 사라져가서, 마침내 정력이 쇠하고 학문도 이루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세상에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슬픔 속에서 빈궁한 가문이나 지켜야 할 것이니 그때 후회한들 어이할 것이냐!

 

조급한 마음으로 여기저기 흔들려 마음이 고요하지 않으면, 결국 작은 일 하나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고 합니다. 또한 학문이란 마음이 편안해야 하고, 평정심을 가지고 고요하게 이어나갈 수 있다면, 그것은 원대함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하네요.

 

제갈량의 글들을 읽어보면 쓸데없이 길게 늘여뜨리지 않고, 짧고 담백하게 요점을 전달해서, 이해하기 쉬워서 좋습니다.

 

또한 제갈량은 아들에게 술자리에서의 자세도 알려줬습니다.

술이란 것은 분명 적절히 조절해서 마신다면 인간 관계에서 소통을 원활하게 해 주면서, 사회생활을 원만하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쉽고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술이 주는 즐거움은 일시적이지만, 크고 작은 질병이나 사건사고들은 술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그로 인한 폐해는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음주는 적절히 사교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죠.

 

술자리는 예와 정을 표하는 자리이니 몸과 성격에 맞게끔 예를 다 표했으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럼으로써 화목함의 극치에 이르게 된다.
주인의 흥이 아직 미진하고 손님도 여지가 있을 경우에는 취하도록 마실 수 있으나 어지러울 정도로 마셔서는 안 된다.

 

제갈량에게는 두 명의 누나가 있었습니다. 둘 다 명문 집안으로 시집을 갔기 때문에, 제갈량이 유비에게 가기 전 공부하는 것에 있어서 많은 도움을 주었을 것 같습니다.

제갈량은 조카들을 위해서도 글을 썼는데, 이 내용도 아들에게 전했던 것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무릇 뜻이란 높고도 원대해야 하며 선현들을 찾아 사사로운 정과 사악한 욕심을 끊고 의심과 고집을 버려서, 성현들의 뜻이 자신의 몸에서 뚜렷이 구현되도록 하고 진지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환경에 잘 순응하고 번잡하고 자질구레한 일에서 벗어나야 하며, 널리 남에게 물을 줄 알고 원망과 회한을 삭일 줄 알아야 한다.
비록 잠시 벼슬을 하지 못하여 현달하지 못한들 고아한 정취에 무슨 손색이 있으며, 성공하지 못할까 봐 근심할 것이 무엇이 있으랴.
만약 뜻이 단단하지 못하고 의기가 강개하지 못하여 하는 일 없이 평범하게 세속에 빠져 있거나 사사로운 정에 얽매여 있다면, 영원히 평범한 세속에 매몰될 수도 있으며 미천함을 모면하지 못할 것이다!

 

 

제갈량, 한 사람의 아버지.

아버지의 뜻을 잘 이어받아 촉나라와 마지막을 함께한 제갈첨은 아버지 이름을 더럽히지 않았습니다.

아들의 이름을 '관찰하다'라는 뜻의 첨(瞻)으로 지은 것으로 보아, 가려져 있는 진실까지 볼 수 있는 통찰력을 가진 아이로 성장하기를 바랐던 것 같아요. 아들에게 전하는 마음을 담아 쓴 편지에서 한 번 더 그 마음이 느껴지네요. 남들과 똑같이 눈 앞에 있는 작은 일에 급급해서, 후에 일어날 일을 생각도 못한 채, 조급한 판단을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

 

 

담박명지 영정치원은 한국의 애국지사들도 참 좋아했던 문구예요. 한국에서 유명해지게 된 것에는 대표적으로 안중근 의사가 있는데, 안중근 의사가 친필로 쓴 담박명지 영정치원은 서예 경매 사상 최고가를 달성하기도 했죠.

 

 

제갈량이 자신의 형에게 아들을 자랑하며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편지를 보낸 것은 234년 2월이었습니다.
제갈량은 234년 8월 오장원에서 눈을 감는데, 세상을 떠나기 약 반년 전이라는 말이기 때문에 가슴 아프게 다가오네요.

 

가슴 먹먹해지는 애틋함, 제갈량 출사표

진인사대천명, 지성이면 감천이다

 

삼국지 인물 실제 일대기, 실패한 등산가 마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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